마포구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진행하는 '2022 예술인 파견지원 사업 예술로 기획사업' 에서 울림두레돌봄사회적협동조합과 함께 '돌봄'을 주제로 다양한 활동을 펼쳐 온 다섯 명의 예술인이 있다.  '예술인 파견지원 사업'이란 예술인의 사회적 가치 확장을 위해 다양한 예술직무영역을 개발하고 사회(기업·기관 등)와 협업을 기반한 직무를 제공함으로써 적극적 예술인 복지를 실현하고자 하는 사업이다.]

 

울림두레돌봄사회적협동조합(이하 울림두레돌봄사협)과 다섯 명의 예술인들은 돌봄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지친 몸과 마음을 예술로써 비워내고 또 채우고자 했습니다. '돌봄''예술' 사이에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볕 좋은 어느 9월의 월드컵공원에서, 울림두레돌봄사협 고은주 이사장이 예술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고은주 이사장이 만난 예술인들

 

먼저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남정애 이번 프로젝트의 리더 예술인으로서 4명의 예술인과 함께 팀을 꾸리고 있어요. 방송작가고, 지역에서 독립다큐멘터리 작업을 하고 있어요. 

민홍선 이번에 미술을 담당했어요. 아이 셋을 키우며 육아에 전념하고 있었는데, 이 프로젝트로 제 자신을 찾는 중이에요. 

박이정화 마임을 하는 사람이고, 이번에 연극 파트로 합류했어요.

이지연 음악을 맡았어요. 피아노 치고 노래하고 작곡도 해요. 밴드 보컬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정세언 동화작가이며, 이번에 문학 파트로 함께 참여하게 됐어요. 

 

왼쪽위에서 시계방향으로 남정애, 박이정화, 민홍선, 이지연, 정세언

 

다섯 명의 예술인들이 어떻게 모이게 되었나요? 

박이정화 우리는 일상 속에서 ‘밀접접촉’을 해야 하는 사람들인데 코로나로 인해 공동체로 함께했던 것들이 분해되는 과정을 겪었어요. 실은 ‘밀접접촉’ 한다는 것은 친한 관계애정이 있는 관계여야   있는 것이 잖아요? 그런데 팬데믹 시기에 들어서면서 ‘밀접접촉’이 부정적인 단어가 되어버렸어요. 우리는 다시 밀접하게 접촉해야 하고, 또 원래 그게 좋은 것이기도 하고. ‘, 접접, 촉촉촉함께 모여, 나비처럼, 예술로 촉촉하게 해 보자, 하는 의미에서 ‘밀접 접촉’이라고 이름 지었어요(웃음).

 

남정애 우리 다섯 명은 서로 초면인 분도 있고 구면인 사람도 있어요. 예전에 예술인 파견 사업에 매칭 되었었거나 울림두레돌봄사협, 마포희망나눔 등 마포 지역 단체들과 협업을 한 경험이 있는 분도 있고요. 올해는 처음부터 울림두레돌봄사협과 손을 잡고 함께 지원했고, 돌봄의 본질이 대면이라는 것에 집중했어요.

  

그동안 어떤 작업을 했는지 궁금해요.
이지연 이제 본격적으로 열매를 맺기 위한 작업을 할 예정이에요. 지난 6월부터 시작한 프로젝트에서 3개월 동안 사람들을 만나고 워크숍을 기획하는 데에 많은 에너지를 썼어요. 그래서 노래 한 곡은 나왔어요(웃음). 돌봄 종사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보다 창작욕구가 있으시다는 것을 느꼈던지라 작사를 제의 드린 상태고, (돌봄 종사자들이) 손사래 치시긴 해도 어떤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마지막에는 활동 내용을 공유할 수 있도록 공연을 할까 생각 중이에요.

 

정세언 코로나19가 지속되면서 요양보호사들이 많이 힘들었어요. 타인의 돌봄을 위해 자신의 가족들과 고립되어야 하는 경우도 있었으니까요. 이 프로젝트로 예술인들을 만나고 예술 활동을 하면서 마음의 힐링을 얻길 바랬어요. 문학 파트인 저는 주로 할머니들을 만나서 작업을 했고, 미술 파트인 민홍선 님과 협업을 하게 되었어요. 2주에 한 번씩 만나서 워크숍을 하고 있고 현재 고정적으로 오시는 참여자는 두 분이세요. 활동 결과물(그림)로 그림책으로 만드려고 해요. 그분들이 꺼냈던 자신의 이야기 그대로 스토리라인으로 짜 책으로 만들 수도 있고, 약간의 재창작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전자책(e-book)으로 만들 예정이에요.

 

박이정화 초반에는 참여하시는 참여자들이 이런 예술가들이 모여있는데, 그래서 뭘 한대?”라고 했을 때 여럿이서 함께 할 수 있는 모습을 그렸어요. ‘마마마(마임 마스크 마이스토리)’라는 이름의 워크숍에서 석고 붕대로 마스크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했어요. 돌봄 종사자들이 말씀하시길, ‘돌봄노동자’로 규정되어 있는 이미지들이 얄팍한 것 같으시대요. 개개인의 삶이 두터울뿐더러 저마다 개성이 있는 사람들인데 ‘돌봄노동자’라는 틀에 갇혀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얇은 이미지로만 소비되고 있다는 것이지요. 이런 이야기에서 착안해 사회적으로 가면을 만들어보는 작업이 의미 있다는 생각이 들어 제안하게 되었어요. 석고로 마스크를 만들고, 직접 원하는 색으로 채색도 해보고. 가면과 나와의 관계를 움직임으로 표현해보는 워크숍이었어요.

 

사회와 사람들이 보는 '돌봄노동자'라는 틀을 가면으로 표현

박이정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깊은 만남들을 하셨던 것 같아요가면과 처음 마주했을 때의 반응들이나 느낀 점들도 모두 다 달랐어요. 붓을 들고 채색하는 과정에서 망설이고 주저하는 순간들을 지나고 나니, 또 다른 자신과 만나는 순간이 찾아오더라고요. 내가 좋아하는 색깔을, 좋아하는 만큼 칠해가는 그런 과정을 넘어가면 안에 자기의 삶을 투영해보기도 하고 너 참 애썼다’ ‘예쁘구나다정하게 바라봐주는 장면들도 목격할 수 있었어요. 굉장히 뿌듯했어요.

 

돌봄종사자들이 자신을 표현한 가면

고은주 개성을 드러내는 것이 곧 예술인 것 같아요. 한 사람이라도 깊게 (자기 자신을) 만나볼 수 있도록 하는 욕구가 저희(돌봄종사자)에게 있어요. ‘무개성함’에서 ‘개성 있음’으로 전환되는 과정에 분명 예술이 하는 역할이겠죠. 돌봄도 이와 같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돌봄의 가장 기본은 돌봄을 필요로 하는 사람의 삶이 존중되고 또 (몸이 아닌 존재 자체가) 죽지 않게 하는 것이에요. 그래서 요양보호사를 비롯한 돌봄 영역의 노동자들의 삶이 납작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민홍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게 되면서 육아에 전념하게 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어떤 작업을 하든 나의 상황에 맞게 할 수밖에 없는데, 현실적으로 (결혼, 육아) 이전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워요. 이 프로젝트에서 어떤 작업을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이야기책을 읽고 책에 대하여 감상 및 의견을 나누는 것이 가장 솔직하면서도 저랑 닮아있는 모습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나온 이야기들을 토대로 그림을 그리고 책으로 만드는 작업을 할 생각이에요. 

 

막상 프로젝트를 시작하니 생각했던 것과 다른 것도 있었을 텐데, 아쉬웠던 부분이나 돌봄에 대한 생각의 변화가 궁금해요.

정세언 작업을 진행하면서 돌봄종사자 분들이 자기 자신을 조금 더 돌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휴머니튜드>라는 책을 읽었는데 돌봄이란 자고로 그 사람의 힘을 빼앗지 않는 것이라는 대목이 인상 깊었어요. 인간에 대한 존중이 느껴지면서 또 돌봄을 행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조금 더 편하게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몸에 대한 존중은 물론이거니와, 존재 자체를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돌봄'을 매개로 만난 울림두레돌봄사회적협동조합과 예술인

 

남정애 우리 사회는 장기요양 등 돌봄 영역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어요. 그러나 돌봄을 하는 사람을 돌보는 시스템은 없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다면 그건 누가 해야 할까 고민이 들기도 하고. 돌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려면 일단 거부감부터 걷어내야 할 것 같아요. 돌봄을 수치스러워하는 그런 시선들부터요. 우리는 누구나 어렸을 때부터 늙을 때까지 돌봄이 필요한 존재예요. 돌봄을 받는다고 하면 나약하거나 부끄럽다고 여기는데, 당당해질 필요성이 있어요. 돌봄이 필요하고 또 서로 돕는 과정에 우리가 있어요. 참여자들을 지지하는 기반들이 많아지고 제도적으로도 부드럽게 이어지면 좋어요.

 

이지연 워크숍이 끝나고 나면 참여자 분들이 힐링하고 가는 기분이다말씀하실 때 기분이 좋아요. 소모임에서도 작은 수다회가 열리고 이야기를 하거나 노래를 하고 가시기도 해요. 그런 모습을 보면 보람이 있어요. 우리가 힐링을 줄 수 있구나. 다른 곳에서는 의뢰받는 일을 하고, 소모적으로 쓰이는 느낌을 받곤 하는데 이 프로젝트에서는 내가 대단한 걸 하지 않아도 참여자 분들이 마음의 회복을 얻어서 돌아가는 모습에 뭉클해요.

 

마지막으로 이 사업을 통해서 예술 작업에 동기부여(모티브)가 되었는지 궁금해요. 

박이정화 (마임 동작의) 소스로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요양보호사들이 주로 하는 동작들을 배워보고 싶었어요. 현장에 가볼 수는 없었지만 이야기를 들으며 깨달은 게 있다면 돌봄이라는 것이 신체를 돌봐주는 활동, 가사노동 등 내가 일상에서 하는 일들과 특별한 차이가 있지 않다는 사실이어요. 돌봄만의 어떤 움직임이 있을 거라는 가정이 내 편견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참여자 분들이 석고 가면을 만들 때 손길이 굉장히 섬세했어요.  또 참여자인데도 워크숍 후 뒷정리도 다 하고 가세요. 기본적으로 섬긴다는 태도가 내재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이지연 저 역시 참여자분들에게서 배려가 몸에 많이 배어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나의 플레이리스트라는 워크숍을 할 때였는데, 자신의 인생을 돌아볼 때 인상 깊은 노래를 서로 나눠보는 시간이었어요. 당연히 자기중심적으로 노래를 고를 거라고 확신했는데, 타인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를 고르시더라고요. 또 손글씨로 가사를 써와서 낭독해주시기도 하는 모습에서 따듯함과 배려를 느꼈어요. 

 

민홍선 작업을 통해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듣고 싶었던  같다. 한 참여자 분이 말하길, 18개월  애기가 먹던 것도 먹는데 어르신들의 것은  더럽다고 생각할까 하시더라고요. 그런 사소한 궁금함들이 재밌고작업을 함에 있어 자양분이 되어요. 더 많은 이야기들을 듣고 싶어요. 

 

남정애 나는 내가 지역의 주민으로서 많이 듣고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참여자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잘 모르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더라고요. 매우 고군분투하고 있어요돌봄이 우리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리고 싶어요. 올해 사업은 돌봄에 대한 공부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서 좋기도 하고 힘겹기도 했던 것 같아요(웃음). 남은 기간 동안(10월 말) 잘 마무리하고 싶고, 예술인들이 할 수 있는 것들이 더욱 열렸으면 좋겠어요.

 

나와 가면

 

* 요약/정리 : 전예진 활동가